어렸을 때부터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 때마다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았었고 뭐 그걸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학 때 휴학을 하고 강남에 학원을 다녔었는데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새 병원에서 알러지 체크를 해보자는 말을 들었다. 처음가는 병원이고 강남이고 하니까 괜히 돈 더 받으려는 거 아닌가 의심했지만 뭐 피곤한데 잠시 누워있다가 가지 뭐 하는 생각에 검사에 동의했다. 알러지가 있냐고 물었고 나는 그런 거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예쁜 간호사 언니(사실 얼굴을 잘 생각이 안난다. 나중에 굉장히 놀란 얼굴을 지었는데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으므로 예뻤다고 기억하기로 한다.)가 내 넓은 등판에 스포이드로 한방울 한방울씩 알러지 테스트 용액을 30여개를 다닥다닥 떨어뜨렸고 몇 분 있다가 오겠으니 누워서 쉬라는 말을 남긴채 방을 나갔다. 이게 뭔가 싶어 휴대폰으로 문자질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 있다가 돌아온 아까 예쁜 간호사 언니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이걸 어쩌냐고.. 알러지가 없다고 해서 30개나 뿌렸는데 그 중 2/3 이상에 반응이 있다며 지금 온 등이 시뻘겋게 난리가 나서 오늘 내내 간지러울꺼라고 다다다다 새로운 정보를 쏟아냈다.
나는 그 때서야 내가 생각하던 감기가 감기가 아니라 알러지 비염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 후부터 온갖 것에 반응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왠지 원인을 알고부터 더 몸이 민감해졌달까..
유럽은 한국보다 마늘도 크고 양파도 딱딱하고 파도 묵직하다.
그래서일까.. 꽃도 가루가 많다.(관계가 있나..?) 암튼 엄청 날린다.
우리집은 4층(한국식으로는 5층)인데 유리창으로 흰 꽃가루가 큼지막한 게 이리저리 날리는 게 눈에 많이 보일 정도다. 이런 날 밖에 나갔다가 너무 힘들게 돌아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밖을 나설 엄두가 안난다.
빨래 잘 마르게 유리창도 활짝 열어놓고 싶은데 그것도 엄두가 안나.. ㅠㅠ 방충망도 없어서 벌레도 막 들어오고..
집을 꼭꼭 닫아놨더니 빨래에서 냄새나고 환기도 안되고.. 흑..
유리창 밖에 날리는 꽃가루들을 보며 별별 고민을 다하는 중. ㅋ